2009년 09월 30일
추석전
* 격투기 대회에서 알바를 했다. 몸으로 시간을 떼우고, 시간으로 몸을 떼우는 일이다. 사람은 왜 일을 하는가, 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해 망설이지 않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라는 답을 하게 만드는 그런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100% 헌신적이지도, 100% 관망적이지도 않다. 뜨뜨미지근하게 큰탈없이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다보면 참 마음이 우울해진다.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쯤에 일했던 일본 아이돌 공연 때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제작현장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곤 한다. 그냥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 댓가를 받으면 그만인데, 참 그런 일을 하는 내가 싫다는 생각.
아니 격투기를 격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대회에 참전하는 선수들 중 많은 이들조차 그런 이유 때문에 시합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합을 보러 온 사람들은 뭘 보러 온 것일까. 차라리 한편의 액션영화를 보러 온 것처럼 가벼운 마음이라면 다행이련만, 삶을 걸고 싸우는 격투가의 몸부림을 보러 온 거라면, 그건 차마 눈 뜨고 지켜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 되는 것 같다. UFC라든지, 거기엔 없는, 나이들고 대적하기 만만칞은 현실을 살고 있는, 겁많고,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선수들. 내겐 그렇게 보인다. 순전히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사족: 레미 본야스키를 인터뷰하는데, 첫째 이름이 캐시어스고 둘째아이 미들네임이 클레이라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영어 통역하는 젊은이가 '캐시어스 클레이'가 뭘 뜻하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건 물론 모하메드 알리가 이슬람명으로 개명하기 전 이름이다. 조 플레이져니 조지포맨, 마빈 해글러, 슈가레이 레너드, 헥토르 카마쵸. 이런 이름들이 그다지 열성적인 팬도 아닌 나도 술술 나오는데. 알리도 모르다니 정말 놀랐다면서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난리였다. 게다가 그 친구는 격투기 대회 개최하는 양아치 회사 소속이다. 아 진짜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 1Q84 3권을 집필중이라 한다. 그냥 1권 정도 분량이면 좋았겠건만. 체력이 뒷받침해야 쓰는 작가라 그런지,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다. 하긴 환갑을 지났으니 체력도 떨어지겠지. 에세이 같은 게 더 재미있는 거 같은데. 블로그나 하나 써줬으면 좋겠다.
* 책방에서(서점이라는 말보다 책방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1Q84 한국어판이 나와 있는 걸 봤다. 첫 페이지를 펼쳐 보면서 [신포니에타]라는 단어가 보였다. 보통 symphony 라는 말에 익숙하다보니, 심포니에타가 아닌가, 하며 혼자 비웃었다. 옆에 있던 와이푸한테 아 내가 그러니까 일본책 번역본들은 읽기 싫다니까, 뭐 이런 잘난척까지 해대며. 좀 전에 그게 생각이 나서 검색해보았더니, 신포니에타가 맞구만. 그러면 그렇지 설마 그 정도 체크도 안 했을까봐. 아이 쪽팔려. 어쨌든 나도 번역일을 좀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일본문학의 국내번역에 관해 굉장히 불신감이 불만이 많다. 한국에서 유독 무라카미 하루키가 비평적으로 푸대접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쌈마이한 번역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생각하면 러시아어로 읽는 체홉 같은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진다.
* 윗 얘기랑 별 상관은 없지만, 대학가요제를 최근에 했었나 보다. 그런 시대착오적인 타이틀을 달고 개최되는 가요제가 지금까지도 존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스테리어스하긴 하지만. 내용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심사결과에 대해 일부 시청자가 의문을 제기했고(표절의혹인가? 아무렴 어때), PD가 그에 대해 한소리 했는데, 그게 뭐랄까 예전에 누군가가 했던 말, 하루에 전문서적 몇 권 읽지 않는 사람은 말도 하지마, 라는 식의 '수준미달' 발언이었다는...
사실 내가 제대로 읽은 건지 모르겠다. 워낙에 건성으로 읽어서. 어찌되었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선 심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에게는, 애시당초 음악성을 중시하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대학생이라는 한정된 좁은 세계 속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학생스럽게 노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그 이상 뭘 바라는가, 라는 것이고. 거기다가 조금 내려다보듯이 '수준미달'이라고 했던 PD에게는 '수준미달'한테 '수준미달'이라고 하는 순간, 그 수준이 뭐든간에 당신도 같아진다는 거.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 나 또한 결국 똑같다는 거. 취향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거. 좋다, 나쁘다, 라는 말보다는, 좋아한다, 싫어한다, 라는 말이 차라리 설득력이 있다는 거.
* 좀 지나간 말이지만, 강호동이 '연예인이 사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은 이미 출연료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출연료라는 것은 광고료를 내는 기업에서 제공한 것인데, 왜 사생활에서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어차피 광고를 보고 상품을 구입하는 건 시청자니까, 라는 건지. 자기가 받는 돈은 우리가 주고 있다고 생각하다니 참 독특하다.
티뷔라는 것은 스폰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스폰서가 붙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나와줘야 하고, 시청률이 나오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재미있으려면 웃긴 사람이 나와줘야 하고, 웃긴 사람을 섭외하려면 제작비가 넉넉해야 하는데, 제작비는 스폰서가 대는거고...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그 스폰서가 광고하는 물건을 전혀 안 산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별 문제될 것 없겠지. 그 스폰서는 사라지고, 새로운 스폰서가 붙어서 새로운 광고를 하면 그만이니까. 그러니까 시청자는 티뷔를 보기만하면 될 뿐이고, 강호동은 웃기기만 하면 될 뿐이지. 그렇지만 강호동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 더 많은 시청자를 모을 수도 있으니, 사생활에서 불편을 겪으면서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결국엔 시청률도 높아질테고, 그 시간에 광고를 하는 물주인 스폰서기업에게도 받은 보수만큼의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겠지. 음... 강호동이 하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구만. 단, 궁극적으로는 자본을 위한다는 것일뿐.
아니 격투기를 격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대회에 참전하는 선수들 중 많은 이들조차 그런 이유 때문에 시합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합을 보러 온 사람들은 뭘 보러 온 것일까. 차라리 한편의 액션영화를 보러 온 것처럼 가벼운 마음이라면 다행이련만, 삶을 걸고 싸우는 격투가의 몸부림을 보러 온 거라면, 그건 차마 눈 뜨고 지켜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못 되는 것 같다. UFC라든지, 거기엔 없는, 나이들고 대적하기 만만칞은 현실을 살고 있는, 겁많고,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선수들. 내겐 그렇게 보인다. 순전히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사족: 레미 본야스키를 인터뷰하는데, 첫째 이름이 캐시어스고 둘째아이 미들네임이 클레이라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영어 통역하는 젊은이가 '캐시어스 클레이'가 뭘 뜻하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건 물론 모하메드 알리가 이슬람명으로 개명하기 전 이름이다. 조 플레이져니 조지포맨, 마빈 해글러, 슈가레이 레너드, 헥토르 카마쵸. 이런 이름들이 그다지 열성적인 팬도 아닌 나도 술술 나오는데. 알리도 모르다니 정말 놀랐다면서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난리였다. 게다가 그 친구는 격투기 대회 개최하는 양아치 회사 소속이다. 아 진짜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 1Q84 3권을 집필중이라 한다. 그냥 1권 정도 분량이면 좋았겠건만. 체력이 뒷받침해야 쓰는 작가라 그런지, 뒤로 갈수록 재미가 없다. 하긴 환갑을 지났으니 체력도 떨어지겠지. 에세이 같은 게 더 재미있는 거 같은데. 블로그나 하나 써줬으면 좋겠다.
* 책방에서(서점이라는 말보다 책방이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1Q84 한국어판이 나와 있는 걸 봤다. 첫 페이지를 펼쳐 보면서 [신포니에타]라는 단어가 보였다. 보통 symphony 라는 말에 익숙하다보니, 심포니에타가 아닌가, 하며 혼자 비웃었다. 옆에 있던 와이푸한테 아 내가 그러니까 일본책 번역본들은 읽기 싫다니까, 뭐 이런 잘난척까지 해대며. 좀 전에 그게 생각이 나서 검색해보았더니, 신포니에타가 맞구만. 그러면 그렇지 설마 그 정도 체크도 안 했을까봐. 아이 쪽팔려. 어쨌든 나도 번역일을 좀 하는 사람 입장에서 일본문학의 국내번역에 관해 굉장히 불신감이 불만이 많다. 한국에서 유독 무라카미 하루키가 비평적으로 푸대접을 받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쌈마이한 번역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 생각하면 러시아어로 읽는 체홉 같은 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진다.
* 윗 얘기랑 별 상관은 없지만, 대학가요제를 최근에 했었나 보다. 그런 시대착오적인 타이틀을 달고 개최되는 가요제가 지금까지도 존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스테리어스하긴 하지만. 내용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심사결과에 대해 일부 시청자가 의문을 제기했고(표절의혹인가? 아무렴 어때), PD가 그에 대해 한소리 했는데, 그게 뭐랄까 예전에 누군가가 했던 말, 하루에 전문서적 몇 권 읽지 않는 사람은 말도 하지마, 라는 식의 '수준미달' 발언이었다는...
사실 내가 제대로 읽은 건지 모르겠다. 워낙에 건성으로 읽어서. 어찌되었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선 심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에게는, 애시당초 음악성을 중시하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대학생이라는 한정된 좁은 세계 속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학생스럽게 노는 그런 프로그램인데 그 이상 뭘 바라는가, 라는 것이고. 거기다가 조금 내려다보듯이 '수준미달'이라고 했던 PD에게는 '수준미달'한테 '수준미달'이라고 하는 순간, 그 수준이 뭐든간에 당신도 같아진다는 거. 이렇게 끄적이고 있는 나 또한 결국 똑같다는 거. 취향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거. 좋다, 나쁘다, 라는 말보다는, 좋아한다, 싫어한다, 라는 말이 차라리 설득력이 있다는 거.
* 좀 지나간 말이지만, 강호동이 '연예인이 사생활에서 겪는 불편함은 이미 출연료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출연료라는 것은 광고료를 내는 기업에서 제공한 것인데, 왜 사생활에서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어차피 광고를 보고 상품을 구입하는 건 시청자니까, 라는 건지. 자기가 받는 돈은 우리가 주고 있다고 생각하다니 참 독특하다.
티뷔라는 것은 스폰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고, 스폰서가 붙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나와줘야 하고, 시청률이 나오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재미있으려면 웃긴 사람이 나와줘야 하고, 웃긴 사람을 섭외하려면 제작비가 넉넉해야 하는데, 제작비는 스폰서가 대는거고...
그렇다면, 시청자들이 그 스폰서가 광고하는 물건을 전혀 안 산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별 문제될 것 없겠지. 그 스폰서는 사라지고, 새로운 스폰서가 붙어서 새로운 광고를 하면 그만이니까. 그러니까 시청자는 티뷔를 보기만하면 될 뿐이고, 강호동은 웃기기만 하면 될 뿐이지. 그렇지만 강호동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 더 많은 시청자를 모을 수도 있으니, 사생활에서 불편을 겪으면서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결국엔 시청률도 높아질테고, 그 시간에 광고를 하는 물주인 스폰서기업에게도 받은 보수만큼의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겠지. 음... 강호동이 하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구만. 단, 궁극적으로는 자본을 위한다는 것일뿐.
# by | 2009/09/30 08:15 | 잡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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