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축하고 처지는

* 김대중 선생이 돌아가시고나니 올해는 유난히 이런 일이 많은 듯...
예전에 한반도를 불온한 기운이 뒤덮고 있다는 무책임하고 전혀 근거없는 말을 쓴적이 있는데,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DJ에 대해서는 마이클이나 노대통령같은 동시대를 살았다는 느낌이 덜하다.
97년 12월 선거당일날 나는 취재통역으로 광주에 가있어서 투표도 못 했었는데.
금남로에 광주시민들이 술을 궤짝으로 들고 다들 뛰쳐나와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이건 무조건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만 기억이 난다.
그 때 막걸리를 권해주던 아저씨가 나중에 국회의원이 된 걸 보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었지. (이철기씨였나?)
워낙에 정치에 관심이 없이 살았었기 때문에 사실 아무것도 모르지만, 햇볕정책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의 크기가 느껴지고, 깊이 생각하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끝없이 실천하고 행동하는 자세하며, 위인전이라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만일 위인전을 써야한다면 바로 이런 사람의 삶을 다뤄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크나큰 상실감이 아닐 수 없겠다.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말이 정말 순수하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구나.

* 날씨도 그렇고 이런저런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도 있고, 손끝을 움직이기조차 싫을 정도로 몸에 힘이 없다.
게다가 빌리 홀리데이의 I can't give anything but love를 듣고 있으니, 분명 가사는 어두운 가사가 아닌데도,
무조건 슬프다. 빌리 홀리데이는 뭔 노래를 불러도 다 구슬픈 듯.
그 전에는 Bill Evans와 Stan Getz의 But Beautiful에 들어 있는 Peacocks와 Emily를 듣고 있었는데,
이것도 구슬프다.
Stan Getz는 심한 헤로인 중독자였다고 하는데, Getz&Gilberto는 헤로인은 커녕, 버진피나콜라다같은 음악이지만,
Peacocks를 들으면 왠지 그랬을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가 끝나고 "생일 축하해요 빌" 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게 굉장히 튄다. 뭔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 법한데, 귀찮아서 검색도 하기 싫다...

by 요로레히 | 2009/08/20 14:15 | 잡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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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ella at 2009/08/20 14:37
축제의 순간에 계셨겠어요. 당시의 광주라면.
이제 편히 쉬셔도 되겠다. 하고 보내드릴 수 있는 나이신데도, 자꾸 유월의 일들이 겹쳐져서 더 마음이 쓴가봐요. 어쨌든 올 여름은 지독하네요.
Commented by 요로레히 at 2009/08/20 16:36
축제의 순간이라기보다, 학생이던 제 어린맘에 느껴지기엔 굿을 하는 느낌이었죠. 응어리를 푸는. 내년 여름이 벌써 걱정되네용.
Commented at 2009/08/20 14:3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요로레히 at 2009/08/20 16:49
오옷, 훌륭하십니다. 다섯장이면 [She and Him]명의로 낸 건 안 사셨나요?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참고로 저는 자랑할 짓거리는 전혀 못 되지만, 전 디스코그래피 어둠의 경로로 구했습니다... 쩝.
Commented by bella at 2009/08/20 17:23
그 어둠의 경로가 어디인가요. 그 어둠의 세계를 못 찾아 빛의 세계로 갈 수 밖에 없었어요 흑.
Commented by 2steps at 2009/08/20 19:00
공중파 방송에서 하는 고 김대중씨 일대기를 봤는데요, 고3때부터 비판의식이 있었다는 점이라든지 20대에 사장이 됐다는 점 같은 건 정말 다른 세계의 사람 같더군여... 이름앞에 고자를 붙이려니 좀 어색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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