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 UP를 봤다. 고모가 재미있다고 추천하더니, 둘째를 봐준다 그래서, 장남이랑 와이푸랑 셋이서 봤다. 와이푸랑 같이 영화를 본 것은 '괴물' 이후이다.
그새 영화값이 많이 올라서 9000원씩이나 받더군. 코딱지만한 상영관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면, 옛날 대한극장에 다니던 나의 감각으로는, 한편당 3000원쯤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데...(시설면에서 말이지...)
암튼간에 UP 봤다.
'니모를 찾아서', '월E'의 제작진이 만들었다길래 완전 기대 만빵.
시작하자 마자 울컥. 울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주변에 애들밖에 없는 더빙판이었기 때문에, 애들 보기에 챙피해서라도 울면 안된다 싶었다.
결국 끝까지 잘 참고 봤다. 끝나고 엔딩 크레딧도 얼추 다 보고, 이젠 나갈까 하는데, 또 이유없이 울컥. 참았던 울컥들이 안에 고여 있었나보다.
와이푸가 비웃었다.
그리고 한참 지나고나서, 고모한테 전화해서 다 봤고, 이젠 간다고, 덕분에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하면서, 또 울컥.
나이 먹어서 그러는건지, 미친건지.
하여간 UP 정말 괜찮다. 눈물난다. 난 지브리보다 이쪽이 더 나은 듯.

- 저번에 격투기 중계 일이 끝나고, 일본 스텝 둘이랑, 태훈씨랑 맥주 한잔 했는데, 어쩌다가 집에 가면 보고 싶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자리에 있던 4명 다 결혼했고, 아이가 있는데 (요즘엔 이런 일은 정말 드물다), 아이들 나이도 2살~5살 사이. 일본사람들은 집에 가면 애들 얼굴이 보고 싶다고 하고, 나랑 태훈씨는 집에 가면 와이푸 얼굴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일본 사람들이 아, 일본에서 한류 스타들이 먹히는 이유를 알겠단다. 한국남자들이 와이푸에게 다정하고 잘 해주나 보다, 뭐 그런 말을 하는데, 글쎄 한류 스타들은 어찌보면 그렇지 않은 캐릭터 들이 많지 싶은데.
그리고, 나랑 태훈씨나 애들은 별로 안 보고 싶고, 와이푸 보고 싶다고 하지, 그게 다수파일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보통 그 다음에 나올 법한 화제가, 그럼 바다에서 와이푸랑 애들이 물에 빠졌다면... 뭐 이런 얘기를 할법도 한데, 바로 딴 얘기로 넘어 갔다. 마카오에 가면 뿅가는 유흥업소가 있는데, 진짜 죽여 준다는 얘기. 일본 사람 둘이서 그 얘기를 어찌나 신나게 하는지.
나랑 태훈씨는 아, 그렇냐고, 시큰둥하게 듣고 있었다. 옛날에 혼자서도 불법유흥업소에 잘 다니는 형이, 결혼하면 이런 짓은 그만이야, 라고 했을 때, 과연 니가? 라고 생각했었는데. 애들 얼굴 보고 싶다던 사람들이, 바로 다음 순간에 마카오에서 이러저러했다는 말을 하는걸 보며, 그 형이 새롭게 다가왔다. 아직 결혼도 못 했는데, 요즘도 열심히 다니나 모르겠네.

- 김민선이 소고기 얘기했던 거 때문에, 소송이 어쩌고 하다가, 급기야 전여오크가 뭐라고 한마디 했다는데. 외모지상주의자인 나로서는 당연히 전여오크가 뭐라고 했는지는 읽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진중권이 한마디 했고, 진중권에게 컴플렉스 느끼고 있는 듣보잡이 또 한마디 했다는데, 역시나 외모지상주의자인 나는 그 쪽에서 뭐라고 했는지는, 도통 관심이 없다.
예전에 친구가 요즘엔 외모와 인품도 비례한다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게 생각이 나네.

- 조성모 7집을 사야하는데, 하면서도 도무지 손이 가지 않다가, 저번에 한번 지하철역 인근에 CD가게에서 사려고 했는데,
현금이 없는데 카드는 안 받는다 그래서 못 샀었다. 그걸 그래서 어딘가에서 다운 받아 놓고, 또 한 동안 듣지도 않고 있다가,
어제 갑자기 새삼스레 들어봤는데, 3번 트랙이 너무 괜찮은 것이었다. 게다가 작곡한 사람이 내가 그 동안 여러번 만나 뵈었던, 이상열씨가 아닌가. 이상열 씨는 핸드폰에 전화걸면 모니카의 well I never meant to cause you no pain~ I just want to go back~  to being the same~ 이 들리거나, 어떤 때에는 배리 매닐로우의 when october goes~ 같은 노래가 들리는 cute한 분인데.
이 '설탕'이란 노래 참 좋은 것이었다. 그야말로 모니카와 배리 매닐로우의 에센스가 조금씩 들어 있는 듯. 초반엔 가요스럽게 나가다가, one note로 이루어진 반쯤 클라이맥스한 부분이 굉장히 세련되서 멋있다. 90년대 정말로 힙하면서도 음악적으로도 멋지던 그런 흑인음악이 생각난다. 

by 요로레히 | 2009/08/16 12:13 | 잡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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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2steps at 2009/08/18 18:50
UP을 보며 울컥하셨단 말이군요. 전에 극찬하신 윌e도 아직 못봤는데 up도 기억해놔야겠네요.
Commented by 요로레히 at 2009/08/20 00:37
울컥X100 쯤 됩니다. 뭐랄까, 어릴적에 상상했던 것들을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않고 애니메이션으로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 멋있고. 또 그 디테일이 좋거든요. 주인공 와이푸가 첫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 너무 좋아요. 아, 내가 아는 여자애 중에도 그런 애가 있었는데, 라고 누구든 생각날만한... 아이고 너무 길어졌는데 암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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