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장

* 오랜만에 하선생을 만났다. 하선생의 고급취향 때문에 호텔 라운지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카푸치노, 아이스라떼, 샌드위치를 먹고 5만원을 냈다. 아흐, 이건 아닌데.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거기서 커피 홀짝이면서 아줌마스럽게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났다. 뭔가 싶었는데, 호텔 라운지 2층에서 난간을 넘어 사람이 뛰어 내린 것. 옆에 아줌마 말에 의하면 (엿들은 건데) 젊은 여자였다고 한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는 발이 보였는데, 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119도 오고 경찰도 오고해서 뭔가 막 처리되고, 정리되고 그런 분위기였다. 무슨 사연인지, 자살인지 실족인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여간 너무 무섭고 그랬다. 그런데 5분뒤에는 그냥 일상으로 돌아왔다. 중국 어딘가에서 옆에 사람이 차에 치였는데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여 주는, 그런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적어도 강남의 호텔 라운지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거지 뭐.

*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시집을 들고 보고 있는 여자아이를 봤다. 지하철 안에서 시집을 읽는다는 것이, 어째 좀 자의식과잉인 나같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요즘 세상에 참 드물구나, 좋구나, 뭐 그렇게 생각을 했다.
거기까지만 보고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역시나 너무나도 그 시집이 뭔지 궁금해져서, 제목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다가, 아하 순간포착. '사랑해라 000 0000 0000' 라는 것이 보였다. 순간 류시화의 '사랑해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정확한 제목인지는 모르겠다) 라는 제목이 떠오르며, 아, 보지 말아야 했는데 라는 후회를 했다. 뭐랄까 그건 시집이라기 보다는 '좋은 생각'의 페이지 위쪽 귀퉁이에 써있는 글과 같은 류의...
그리고나서 갑자기 며칠전에 인터넷에서 본 화장실 낙서가 생각났다. '큰 일이 해결되면 작은 일은 저절로 해결이 된다' 라는 데일 카네기이 남겼다는 말이었는데... 무슨 연상작용인지는 모르겠네.

* 인터넷 뉴스하니, 생각이 나는데. 공지영이 샤넬 핸드백을 들어서 아군이 아니라느니, 코레일 직원 연봉이 6000이라고 방만경영이라는 둥, 뭐 별 같잖은 인터넷 뉴스를 보게 되는데. 잘 벌고, 돈 많은 것은 아무래도 좋으니, 반대로 최저임금이라든가 너무 적은 것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왜 쓸데없는 짓들을 하는지...

* 아 맞다. 녹색당에 당원으로 가입했다. 피쓰님의 영향으로. 원전, 해군기지, 쓰레기 문제 등 아는 건 없어도, 환경에 관심은 많은 나. 예전에 환경단체에 다달이 만원씩 내기 시작한 때보다 더 기꺼이 한달에 5천원씩 내고 당원이 되기로 했다. 걱정되는 것은 괜히 집으로 종이로 만든 우편물 같은 거 보내줄까봐 겁나는데, 설마 녹색당이니 그럴 일은 없겠지. 와이푸도 꼬셔서 둘이서 만원 내는 부부당원이 되면 좋겠다.

* 5천원 후원이라면, 박정근 씨를 응원하는 곳에 가서 5천원 후원했다. http://socialfunch.org/freepark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로 구속까지 하고 이런 미친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되나 모르겠다.
어쨌든 박정근 씨는 자신의 몸을 담보로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병맛인지 제대로 보여 주었기 때문에, 결코 헛되이 피해만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본인이 자부심을 갖고 느끼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나는 그의 농담과 개그, 객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생각한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이건 뭐랄까 외설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처럼, 검찰의 자신의 몰취향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병맛나는 커밍아웃에 지나지 않는다. 외설시비에 있어서 그냥 자기 곧휴가 꼴렸다는 이유로 외설이라고 단정짓는 웃긴 짓처럼, 난 이런 하이코미디 이해 못하는 바보입니다, 라는 인증에 지나지 않는데, 멀쩡한 사람이 동원되서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정말 참을 수 없다.

* 박정근 씨를 후원하면서, 오늘 점심값을 아껴서 후원하는 셈치자, 하며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겠다고 했는데, 정작 집에 갔더니 열쇠가 없어서 못 들어가서, 그래서 뭘 먹을까 하다가, 뭐랄까 고행하는 셈 치자며, 맥도널드가서 빅맥세트 런치가격 3900원에 먹었는데, 너무너무 맛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 그런 병신같은 자발적 유사 고문행위가 결국은 맥도널드만 살찌우고 거기서 최저임금 언저리를 받고 일하는 어여쁜 아이들 덕분에 3900원이라는 가격이 가능한 것이라는, 슬픈 사실만 새삼 느끼고 그랬다.
그런데 고속터미널 맥도널드는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정말 2층까지 빼곡하게 사람들이 앉아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흡입하고 있었다. 정말 뭐 하자는 거였는지 모르겠다. 반성. 그리고나서 누나 가게에 열쇠를 받으러 가는데, 또 돈 아낀다고 택시 안타고 마을버스 기다려서 탔는데, 사실 하선생이랑 호텔에서 쓴 돈을 생각하면 정말 웃기는 일이다. 너무 올바르게만 살려다가는 자칫 자기 목을 죄는 듯한 갑갑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정말 기분좋게 돈 쓰기도 힘들다.

* 번역서 검토를 하려고 누나 가게에서 컴퓨터를 켰는데, 이게 딴길로 새서, 난데없는 자아비판이 되고 말았네. 아, 자꾸 이런 말 쓷다가 나도 어디 끌려가는거 아닌가 무섭다. 정말 농담을 진담으로 장난을 진지함으로 받아들이는 우리나라 무서운 나라.

by 요로레히 | 2012/01/18 19:08 | 도민일지 | 트랙백 | 덧글(4)

게스트하우스 비스무리

* 금요일에는 누나가 놀러왔다, 기보다는 우리가 타던 차를 다시 서울에 가져가서 타겠다고 용감하게 혼자 왔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추자본섬이라는 횟집에서 삼치회를 먹었다. 삼치회 사진을 찍은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고 별 의미없는 간판사진만 있네.
























* 그 다음날은 도연이 어린이집 재롱잔치가 산방도서관 강당에서 열렸다.
근데 이 녀석이 전날에 열이 펄펄 끓어서 40도 가까이 나는 바람에 아쉽지만 재롱잔치는 못 가겠구나, 싶었는데 아침에 병원에 갔다가 약 먹더니, 좀 상태가 좋아져서 갈 수 있겠냐구 물었더니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부랴부랴 차에 타서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출연순서까지 얼마 남았는지 물어보고 막 서둘러 갔다. 옆 사진은 김범수의 '님과 함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 이 노래를 굉장히 좋아해서 도연이는 딴 건 별로 관심없는 것 같았는데, 이것만 신나게 잘했다. 해열제 덕분에 여기까지는 잘 했는데 후반에 다른 걸 할때에는 비몽사몽간에 하는 것 같았다. 아, 이게 진짜 귀여웠는데, 내가 촬영위치를 잘 못 잡는 바람에 딴애들에 가려서 제대로 찍질 못했다. 반성.

* 와이푸를 꼬셔서 공짜 스마트폰을 장만시켰다. 소니에릭슨 엑스페리아 아크라는 것인데, 23000원인가 요금제 같지 않은 요금을 내면 된다고 해서 사라고 했다. 사실 xperia ray를 사는 편이 12개월 약정에 요금제도 없길래, 그걸 권했는데 화면이 큰 것이 좋다며 아크를 골랐다. 내 것은 화면이 코딱지 만해서 웹툰조차 볼 수 없는데, 그래도 와이푸 것은 웹툰을 볼만하다. 은근히 부럽다. 어디에서 사람들 만나면 카카오톡 안하냐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이제야 그걸 깔았다. 그래봤자 친구가 없어서 그냥 와이푸랑 거실이랑 안방에서 시덥잖은 문자질이나 하고 있다. 밥 안 먹냐? 따위...

* 그래서 조금전에 갑자기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온갖 아는 사람을 다 친구로 추가하고 여기저기 초대메일이라는 것도 뿌려보았다. 페이스북이라는 것은 뭔가 경품사이트와 비슷한 느낌이다. 시키는대로 따라가다 보면 여기저기 개인정보가 흩뿌려지는 느낌. 그래서 평소지론이 개인정보의 무가치화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마구마구 메일계정에 친구도 추가하고, 싸이월드 계정의 친구도 추가하고 막 그래봤다. 그러다보니 일 때문에 만난 별로 맘에 안 드는 사람도 막 나오고,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애매한 사람도 막 뜨고 그러길래 오싹해서 그만뒀다. 내 생각엔 페이스북은 뭔가를 팔아먹으려는 사람에게 유용한 툴인 듯. 또는 얕고 넓은 인간관계를 인맥으로 생각하고 있는 기가 막히게 소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일까. 그냥 블로그랑 트위터 정도가 좋은 것 같다.


 * 그리고 오늘 한 일은, 박정근 씨 석방을 위한 트위터 서명에 참여.
왼쪽의 포스터 패러디 같은 경우 상당히 큐트해서 마음에 든다.
뭔가 작업조차 재미도 없고 볼품없었으면 어쩌면 서명도 안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이것 하나만 봐도 재미있다. (물론 아무리 허접한 사람이라도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잡혀가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되지만)












* 오늘 올레시장에 갔다가 옥돔하고 백조기하고 벵코돔을 사서 서울에 부치고는 삼공오공식당에서 멸치국수를 먹고 하원초등학교로 가는데, 도중에 강정마을에 시멘트 레미콘 차량이 수십대 서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녀님들이 모여서 성명문을 읽고 있고, 한켠에서는 사람들이 큰절을 하며 공사중지를 기도하고 있었다. 예산 깎였는데 국방부에서는 자꾸 진전을 시켜서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서울에 양화대교는 서해아라뱃길 사업이 중단되어서, 덩달아 교각위치를 바꾸는 공사가 무의미해졌다는데, 그게 또 수백억을 날린 거라는데, 그런 일이 또 벌어지려 하는 건가. 사실 이 문제도 국가보안법의 문제와 비슷한 면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 열 올리고 그걸로 밥먹고 사는 그런 측면에 있어서. 원전같은 눈에 보이는 위험요소는 방치하고 조장하면서 말이다. 일본의 원전사태를 보면 한반도에서 뭔 일이 나면 원전 한두개만 공격받아도 아주 제대로 좆 될 것 같은데. 강정마을에는 통합진보당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제주도를 위해서 비례대표에 한표 기꺼이 던질터.

* 그러고보니 그 전에 열혈초등학교가 연재 종료되는 븅신같은 일도 있었지. 마지막회도 참 나이스하다. 가만보면 우리나라는 참 농담이 안 통하는 나라다. 그런 의미에서 기타노 다케시나 마츠모토 히토시 같은 개그맨은 나올 수가 없다. 강용석이라는 병맛나는 사람이 개그맨을 고소했는데,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초현실적이다. 그리고 나꼼수 같은 개그프로그램을 사람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좀 섬뜩하다. 박정근 씨도 그렇고, 귀귀도 그렇고, 이런 재미있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행패를 당하고 사는 건 정말 잘못됐다. 일단은 선거에서 심판하고 보자.

* 위에 내용하고 상충되는 내용일수도 있고, 일맥상통하는 내용일수도 있는데, 요즘의 낙은 중앙일보에서 하는 종편채널을 보는 일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거기서 방송되고 있는 '빠담빠담'이라는 드라마를 말하는 것인데, 간만에 열심히 다운받아서 정우성의 매력에 울컥하면서 보고 있다. 설정이 무리스럽고, 전개가 뻔하고, 스토리 진도가 지지부진해도 정우성이 한마디 울컥하는 대사만 하면 만사 오케이인, 그런 드라마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연가에 이어 일본에서 대박나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이 드라마도 억지 설정만으로 본다면 겨울연가 따위는 쨉이 안 된다. 천사가 나오고 죽었다 살아나고, 누명으로 살인죄를 뒤집어 썼다가, 원수지간이 연인사이가 되고... 이러면서 정우성의 매력으로 모든 것을 덮는 그런 드라마. 벌써 13회라는 것이 너무 아쉬울 뿐이다. 올해의 목표는 나도 날씬한 미중년이 되는 것이라고 와이푸에게 정우성 보면서 말했더니, 옆에서 리얼 방구를 뀌었다. 그래서 일단은 애들이 남긴 반찬을 안 먹겠다는 너무나도 찌질한 목표를 세웠는데, 그것조차 잘 실행이 안 되고 있다는 거.

by 요로레히 | 2012/01/16 23:12 | 도민일지 | 트랙백 | 덧글(4)

한라산 첫 등반 좌절 등

* 지난주 수요일이었나, 한라산 등반을 위해 아침 10시15분 버스를 타고 영실로 향했다.
서울에서 놀러 온 백수친구와 나와 와이푸. 날씨가 정말 좋은 날이었다.
아이젠을 안 사고 그냥 운동화를 신고 잘 가다가, 도중에 너무 미끄러워서 갈까말까하다가 나랑 와이푸는 다시 돌아왔다.
옆 사진은 우리는 못 본 풍경인데 친구가 보내준 사진.





 * 샌드위치를 만들어 갔었는데, 영실에서 까마귀들과 함께 먹었다. 겨울이라 먹을 것이 귀한지 엄청 많이 모여있었다. 제주도 까마귀는 일본에서 어릴 적 보던 까마귀들보다 덜 위협적으로 생겼다. 심지어 좀 귀엽기까지 한 것 같다. 까치보다 오히려 까마귀 들이 더 애교도 있는 것 같다.







 * 그리고나서 애들이 유치원을 마치고나서 오랜만에 중문해수욕장에 바다를 보러 갔다. 여름에 보는 것과는 또 다는 아름다움이 있다.




















* 그 전날에는 군산오름이라고 집 근처에 있는 곳에 올라갔었다. 여긴 그냥 쓰레빠 신고도 올라 갈 수 있는 곳. 한라산은 일단 아이젠을 사고나서 올라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님 봄에나 다시 가야겠다.

by 요로레히 | 2012/01/16 17:33 | 도민일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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